목동마라톤클럽
 
 
 

마라톤이 뭐길래
이병호 2010-03-04 11:42:34 
***** 마라톤이 뭐길래
이제는 편안하고 여유로움을 만끽할 나이의 중년들이 해마다 달리기 신발과 낯간지러운 짧은 팬티와 셔츠만 몸에 걸친 채 민망함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리로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걸까?
마라톤을 뛰는 동기나 이유들은 길을 메우고 있는 주자들의 수만큼 다양하겠지만, 마라톤의 큰 매력은 아마도 육체적 도전, 지적인 호기심, 열정적 감정, 정신력의 시험과 같은 우리 자신의 모든 면을 총망라하고 있다는 것이다.

***** 첫째, 마라톤의 본질적인 매력은 완주하기가 어렵고 위험하다는 사실이다.
42.195km에 걸친 성공적인 완주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며, 자신의 몸이 달성 가능하다고 예상되는 거리를 벗어나는 먼 거리를 달려야 하며, 매번 자신의 신체적 능력의 한계까지 도달하기도 하며, 수많은 요인이나 이유들에 의해 아주 훌륭한 완주계획이 결딴날 수도 있다.
훈련을 하면서 우리는 부상이나 탈진의 언저리까지 경험하기도 하며, 대회일에는 42.195km에 걸쳐서 아주 미세한 작은 흠이나 어떠한 허약함이나 실수도 눈감아 주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마라톤은 안전한 취미활동은 아니다.
육체적 안락함을 즐겨야할 이 시점에 우리에게 에레베스트를 등정하기 위해 등산용 배낭을 꾸리지 않고서도 자신의 신체적 한계를 경험할 수 있는 아주 드문 기회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마라톤은 고산등반에 버금가는 운동이기도 한다. 그러나 에베레스트 등반과 달리 호된 시련에서 살아남을 보장은 훨씬 더 높다. 적당한 준비만 한다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대회에서 완주를 경험할 수 있다. 이 적당한 준비라는 단서가 마라톤을 위한 기세를 꺽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대회에서 주어지는 상황에 대한 도전심을 약화시키지도 못한다. 마라톤에 대한 도전은 우리 자신의 수준에 관계없이 우리가 직면하게 되는 모든 것에 대응하는 우리의 능력을 알게 해준다.

***** 둘째, 마라톤은 다른 어떤 운동보다도 훨씬 더 많은 생각과 계획을 하게 만든다.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한 훈련계획을 세워서 실행을 하고, 변화하는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여 거기에 적응하고,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속도를 경험하여 유지하고, 한 가지 기술을 익히기 위해 수 시간을 집중하는 모든 것들이 다리를 이용하여 만들어 내는 속도보다 더 마라톤 완주에 중요한 것들이다. 이런 마라톤의 정신적인 측면이 우리로 하여금 창조적이며 유연한 사고를 하게 하며, 열정적으로 지적호기심을 자극한다.
마라톤 대회를 완벽하게 준비한다는 것은 우리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난 일이다. 대회를 위한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할 수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일종의 실험을 할 기회를 제공하고, 우리 자신이 만든 원칙들을 시도할 수 있게 만들며, 결정적인 실험을 할 수 있게 한다. 각각의 실험의 성공과 실패가 우리 자신들이 만든 가설을 확립하는 계기가 되며, 이렇게 하나씩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마라톤 준비라는 큰 퍼즐이 완성되는 것이다. 무엇이 그렇게 하게 하는지는 모르지만, 마라톤이라는 하나의 큰 모험을 성공하기 위한 완전한 신체적, 정신적 능력들에 대한 도전들이 마라톤이라는 동전의 양면을 이루고 있다.

***** 셋째, 무엇이 대부분의 나이든 사람들로 하여금 마라톤 대회에 나가게 하는지에 대한 일치된...?
마라톤 그 자체는 눈에 보이거나 계량되지 않는 우리의 인생과 달리, 하나의 단순하고 큰 열정과 같은 것으로 목적은 구체적이고 측정가능하며, 42.195km를 향한 길은 정치적 여건이나 정신적인 타협에 의해 방해받지도 않는다. 성공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 있으며, 우리가 하루하루 실시하는 그 무언가에 달려 있다. 즉 마라톤 대회의 42.195km는 단순히 42.195km의 거리간격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수개월에 걸쳐서 수백km를 달려온 우리 자신의 열정과 훈련을 나타내는 것이다.
사실 마라톤을 준비하는 과정은 아침에 언제 일어나서 무엇을 먹으며, 어떤 훈련을 하고 언제 잠을 잘 것인가에 이르기까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수많은 목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마라톤이라는 말 자체는 자신의 인생의 목적에 유사한 어떤 것으로써 궁극적인 노력과 동의어로 사용될 수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마라토너로서의 정체성은 우리 자신이 단순히 존재하거나 실재하고 있다는 것보다 더 깊은 무언가를 의미한다고 하겠다.

***** 넷째, 마라톤은 정신적인 선택을 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인간의 의지를 표현한다.
이런 측면이 우리가 왜 달리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왜 마라톤이 유명해지고 있는지 그 이유를 밝힐 수 있게 만든다. 인류의 가장 근본적인 특징 중의 하나는 철학자 헤겔의 말처럼 우리의 생명이나 안락함에 대한 위협에 대응하여 자기보존을 하기 위해서, 혹은 자신의 명성이나 인정을 받기위해서 본능을 극복하는 능력이다. 동물들은 자신의 목숨이나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싸우지만, 인간만이 자기가 할 수 있거나 하려고 하는 것을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증명하기 위해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려 전적으로 자신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사람들이 무형의 목적을 추구하기 위하여 어렵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선택할 때는 언제나 우리 자신의 인간애를 손상시키게 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마라톤은 더욱더 정신적이 되기 시작한다. 우리는 자신이 아주 복잡하며, 파블로프의 개처럼 조건 반사적으로 행동하는 기계라고 믿고 싶어한다. 그러나 우리가 더 힘들게 열심히 노력하면 할수록 보상은 분명히 더 작아지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하는 순간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의 본능적인 성질에서 빠져 나와야 진정으로 스스로가 자유스러워진다는 사실도 더 잘 알게 된다. 이 말은 우리가 달리기 초기에, 또는 인터벌 훈련의 휴식기에 더 정신적으로 자유로워지고 더욱더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과 투쟁의 역사이지만, 마라톤은 우리가 노력하고 희생하고 경험할 수 있는 것을 위해 일상의 안락함보다 외부와의 전쟁과 투쟁보다 더 큰 내면적인 시험을 우리에게 던져 주고 있다. 마라톤은 세계적인 평화나 가장 깊은 수준의 정신적인 갈망을 만족시켜주지는 않지만, 우리가 동물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본능적으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정신적인 어떤 매력을 제시하고 있다.
목마의 전사들은 마라톤으로 인하여 항상 건강한 행복한 생활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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